총평 : 차분한데 지루할 틈 없이 재미있다. 

 

아이템  : 신선한 초능력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흥미로운 소재를 가진 판타지 드라마이다. 현대인의 질병으로 초능력을 잃어버린 가족이라는 신선한 설정과 그들에게 다가온 사기꾼 가족들. 여기에 운명적으로 얽힌 로맨스와 마음 따뜻해지는 가족애까지 그려낸다. 어디서도 보지 못한 이야기임은 분명하다. 초능력 가족이 각자 가지고 있던 능력과 현대인의 질병 간 연관성도 흥미롭고 이후 초능력이 어떤 방식으로 쓰이게 될지도 궁금해진다. 

 

캐릭터 : 복귀주, 흥미로운 설정과 매력적인 서사

우울증에 걸려 행복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시간 초능력자 귀주. 7년째 우울증과 알콜 중독을 겪고 있지만 어울리지도 않는 바디짐의 관장을 맡고 있다는 설정이다. 흥미롭고 재미난 캐릭터 설정을 뒷 받침 해주는 짠한 전사도 그의 매력을 더해주고, 동시에 빈틈없는 개연성을 부여한다(왜 우울증에 걸렸는지, 왜 더는 시간여행을 할 수 없는지). 특히, 딸 이나를 가진 아빠라는 설정이 다해와의 로맨스 스토리와 잘 부합된다. 귀주가 7년 만에 돌아간 행복한 과거는 딸에게 줄 생일 선물을 가지고 집에 가는 길이었고, 그 과정에서 다해와 운명적 관계를 깨닫게 된다. 두 사람의 시작이 애정 어린 부성애라는 점은 만난 지도 얼마 안 된 여자 다해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는 어려운 설득을 성공시킨다. 귀주는 목표가 강하고 주체성이 있는 캐릭터는 아니다. 하지만 그가 앞으로 변화하는 과정 속에 로맨스와 가족이라는 주제가 잘 녹아들어 큰 울림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스토리 

1) 뻔하지만 뻔하지 않음

매회 탄탄한 구성 안에서 여러 가지 트릭을 장치해서 재미를 준다. 인물 소개를 하는 1회에서도 뻔하지 않은 흐름을 보여준다. 귀주가 바다로 뛰어들어 자살하는 것처럼 보여졌던 장면은 사실 어린 아이의 인형을 구하기 위함이었고, 누가 봐도 사기꾼이 분명했던 다해는 아예 작정한 가족 사기단이었다. 심지어 엔딩에서는 귀주의 아내 세연이 사실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강렬한 장면까지 나왔다. 귀주와 다해의 운명적 관계성을 보여주는 2회에서도 화장실에 숨은 이나의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비틀었고, 과거에 절대 개입할 수 없는 귀주가 다해의 손을 잡게 된다. 귀주와 다해의 로맨스라는 큰 줄기를 두고 중간 중간 트릭을 섞어 시청자에게 반전의 재미를 주고, 이야기를 예측하기 어렵고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2) 시원하고 빠른 전개

차분하지만 시원하게 앞으로 달려 나간다. 2회 만에 주인공들의 주요 서사가 다 드러났다. 그들의 과거와 트라우마도 다 보여졌고, 둘의 운명적 관계성도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풀렸다. 중요한 서사와 관계성을 빠르게 공개해서 캐릭터들의 행동과 상황, 목적에 개연성을 부여하고 몰입할 수 있게 한다. 훅이 되는 엔딩이 다음 회를 보게 하는 힘도 좋다. 다만, 아직까지 두 인물의 사랑을 방해하게 될 요인에 대해서는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귀주와 다해가 결혼을 하고, 점차 사랑에 빠지게 되며 초능력을 되찾을 것이라는 전개는 뻔하다. 여기서 어떤 요인(인물)이 큰 사건을 몰고 와 흥미진진한 전개가 펼쳐지게 될지 궁금해진다. 개인적으로는 다해의 엄마 역할을 하고 있는 찜질방 주인이 그들을 방해하는 역할을 할 것 같다는 예상을 해본다. 

 

3)변화가 기대되는 가족 관계 

귀주와 다해 두 주인공이 풀어나갈 구원 서사도 흥미롭지만, 이외 인물들의 관계성도 기대를 모은다. 다해네 사기꾼 가족이 본의 아니게 복가네를 도와주게 된다는 설정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다해는 이나에게 필요한 어른이 되어주고, 다해의 삼촌은 귀주의 기를 살려주고, 그레이스는 미친 듯이 달리던 동희를 저도 모르게 안쓰럽게 바라보기 시작한다. 의도치 않은 인간애가 따뜻한 휴먼드라마라는 사실을 인지 시켜준다. 두 가족이 본격적으로 엮이기 시작하며 어떤 내외적인 변화가 있을지 궁금해진다. 오히려 나중에는 복가네 구성원 전부가 다해를 놓아주지 않는 재미있는 그림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예측도 해본다. 

 

기타의견 :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음악과 미술

판타지 드라마의 신비하고 묘한 장르적 분위기를 잡아주는 음악에 눈이 간다. 집안 조명이 켜지는 박자에 맞춰서 들어오는 비밀스러운 경음악을 시작으로, 드라마의 흐름과 딱 어울리는 일렉트로, 재즈, 클래식 사운드들이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또한 흔하지 않은 느낌의 부잣집 내부 세트와 현실적인 교통사고 차량 등의 미술이 드라마의 무게를 잡아준다. 다만, 이런 독특한 음악을 연출이 잘 받쳐주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색이 강한 음악과 다소 평이한 연출의 합이 애매하다. 조금 더 실험적인 연출 시도를 해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