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평 : 그저 재미있는 코믹극으로 남을 것인가. 그 이상을 보여줄 것인가. 

 

아이템익숙함에 차별성 한 스푼

통제 불능 혓바닥이라는 익숙한 소재. 사고로 인해 거짓말을 할 수가 없고, 하고 싶은 말을 참을 수 없어 마구 내뱉는다는 내용은 영화 <라이어 라이어>, <정직한 후보>로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다. 신선한 발상이나 매력적인 아이템은 아니다. 차별점은 오피스 그리고 멜로가 들어갔다는 점이다. 이 소재를 이용해서 얼마나 오피스 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에게 공감과 재미를 선사하고 솔직하고 설레는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 차별점을 두고 바라보게 될 것 같다.

 

캐릭터 

1) 주인공 기백의 매력은 아직...!

드라마의 재미요소 중 한 가지는 ‘인내의 아이콘’이라고 불리던 기백이 이제는 말을 내뱉음으로써 ‘통쾌함’을 준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통쾌함이 약간은 당황스럽게 느껴진다. 드라마에서는 기백이 사고를 당하기 전 그의 내면을 잘 비춰주지 않는다. 2회의 목욕탕에서 꾸는 꿈을 통해 사회적 지위에서 느끼는 부담감과 부채감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그것이 하고 싶은 말을 꾹 참고 인내하며 살아왔다는 것과는 잘 연결되지 않는다. 기백은 그저 사회생활을 아주 잘 하는 직장인이자 가끔 친구와 술 한잔하며 고충을 털어놓는 평범한 인물처럼 비춰진다. 그런 그가 사고를 당한 뒤 완전히 바뀐 모습은 ‘저 정도로 참고 살아왔단 말야?’하는 당혹스러움이 동반된다. 통쾌함을 완전히 느끼기에 기백의 기존 서사가 부족했다는 느낌이다. 그 차이가 더 도드라지려면 그가 얼마나 시끄러운 속을 잘 참고 살아왔던 건지,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왔는지를 보여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현재까지 진행된 1~2회에서는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변화를 맞이한 기백이 자신의 상태에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그려진다. 그저 수동적으로 사건이 만들어지고 있어 캐릭터에 대한 매력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드라마가 진행되며 자신에 대한 이해도가 더해지고 주체적으로 사건을 만들어 나간다면 더 매력적인 캐릭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점은 앞으로 예능에 진출할 기백에게서 많은 기대가 되는데, 그가 솔직한 입담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캐릭터가 되어 얼마나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할지 궁금해진다. 

 

2) 디테일한 캐릭터 표현

주인공들은 방송국 아나운서, 예능 메인작가, 트롯 가수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 직업군 자체에 대한 새로움은 없지만 그들의 업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디테일해서 캐릭터에 생동감을 더해준다. 예능으로 한번 넘어가면 뉴스로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는 아나운서, 벌칙을 직접 수행해 보면서 회의하는 예능작가, 빠진 광고를 채워 넣기 위해 노력하는 연예인 등. 그저 극의 전개를 위한 직업적 장치가 아니라, 그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보여지며 그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감정에 공감할 수 있게 만든다. 또한, “작가인지 잡가인지”, “김 팀장 개소리 뻗는 거 들으러 가야지” 등 현실성 넘치는 대사들이 더해져 보는 동안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진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2회의 초반 회차에서는 직업과 관련된 외적인 고충이 많이 드러났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캐릭터의 내면적인 고민과 아픔이 그들의 이런 직업적 상황과 잘 녹아들며 더 몰입감 있게 흘러가기를 기대한다. 

 

스토리  

1) 트렌디한 에피소드와 연출

스토리의 전개는 뻔하고 유치하다. 언제나 참고 살던 기백이 터져버린 입으로 인해 위기에 봉착하고, 그 위기를 우주와 함께 극복해 나간다는 내용이다. 커다란 사건이나 기백과 우주를 방해할 부분이 눈에 띄게 보이진 않는다. 그런데 거짓말을 못 한다는 뻔한 전개 속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갖가지 에피소드들이 트렌디하고 유쾌하게 그려져 남다른 재미를 선보인다. 특히, 2회의 기백이 시상식 사회를 맡게 된 에피소드는 그가 처한 상황에서 가장 큰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의 집합체였다고 생각한다. 또한 긴장감과 통쾌함이 공존했던 시상식 에피소드에서부터 연결되어 냉탕의 상어까지. 기백의 꿈을 보여주는 연출은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2) 클리셰 비틀기

뻔한 클리셰들을 크게 비틀어버렸던 두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다. 첫 번째는 ‘엘리베이터에 갇힌 두 남녀’라는 익숙한 상황 속 기백이 방귀를 뀌고, 우주가 “(똥을)쌌는데?!”라는 대사를 내뱉자 “방구가 아니고 방귀”라고 언어를 교정해주는 기백의 모습이다. 두 번째는 술에 취한 우주를 두고 고민하다 경찰차를 태워 보낸 뒤 “같이 밤샐 사이는 아니잖아”하며 혼잣말을 하는 기백의 모습이다. 드라마 속 익숙하게 보아왔던 클리셰적인 상황들을 독특하고 매력적으로 비틀며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3) 발칙한 밈들의 사용

스토리 전반에 깔려있는 풍자의 수준이 아주 저돌적이다. 그동안 봐왔던 로맨틱 코미디 장르중에서도 가장 ‘코미디’스러운 톤을 가지고 있다. 과장을 살짝 보태면 잘 다듬어진 SNL을 보는 재미가 느껴지기도 한다. 뉴스룸에 난입해서 폭로하는 남자, 여자친구에게 꽉 붙잡혀 사는 배우, 앞뒤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갑질 아이돌, 마약으로 망하고 마약으로 흥했다는 일침, 시상식에서 귀싸대기를 때리는 배우 등 현실에서 있었던 특정 사건을 작정하고 풍자하고 있다. 이런 현실 풍자와 개그의 크로스가 유쾌하고 위트있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과하게 사용되면 아예 시트콤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든다. 그저 그런 웃기는 코믹극이 되지 않으려면 이런 밈을 활용한 에피소드를 좀 줄이고, 작품 안에 있는 그들만의 이야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