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평 : 새로운 듯했으나, 결국 새롭지 않았다.
아이템 : 어디서 봤는데...
언뜻 보았을 때는 <오징어 게임>과 비슷하다. 외부로부터 차단된 공간에 사람들을 몰아넣어 쾌락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기시감이 든다. 드라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채 갖게 되는 첫인상은 ‘소재에 대한 특별함이 없다’는 것이었다. 너무나 성공한 <오징어 게임>이라는 드라마와 비교를 피할 수 없고, 이미 정점을 봐버린 시청자들에게서 궁금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은 소재의 한계점이다. 그러나 기시감 강한 초반부를 벗어나 게임이 시작되면 그제야 <더 에이트 쇼>만의 차별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캐릭터 : 단편적인 캐릭터들
<더 에이트 쇼>는 전형적인 캐릭터의 모습을 담고 있다. 드라마 특성상 각기 다른 인간을 대표하는 모습들이 필요하다. <더 에이트 쇼>에서는 몸이 불편한 약자(1층), 정의로운 사람(2층), 평범한 사람(3층), 기회주의자(4층), 평화주의자(5층), 힘이 센 악당(6층), 브레인(7층), 또라이(8층)의 8가지 모습으로 인간을 보여준다. 극한의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타 작품에서도 많이 본 듯한 전형적인 인간 군상이다. 뻔하지만 배우들의 좋은 연기를 만나 8명의 캐릭터들은 극의 초반부까지 재미를 이끈다.
하지만 캐릭터들의 변화가 전무하다는 점이 후반부의 재미를 떨어트린다. 캐릭터들을 한 명의 ‘인간’이 아닌 ‘계급’으로 보고 있고, 그래서 변화를 줄 수 없다는 점에서 그 의도가 이해는 간다. 하지만 주제의식만 온전히 가지고 같은 줄기로만 나아가는 캐릭터들은 재미적인 측면에서 그다지 흥미롭지 않다. 어떻게 행동을 할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측이 쉬워지고 뻔해진다. 꼭 필요한 반전이나 변화는 아니지만 극한의 상황에서 더 몰입할 수 있는 지점이 될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주제의식을 가져가면서 비슷한 계급 내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변화를 다뤘다면 어땠을까. 예를 들어 3층이라는 평범한 인물이 ‘내가 그래도 1층, 2층보다는 낫지’ 하는 현실적인 우월감을 가지면서 4층과 한배를 탄다거나 하는 전개. 또는 한 번의 도박(로또)이 주는 비슷한 계급 내 변화. 도박이 주는 ‘일확천금’은 현실에서도 1층을 8층까지는 못 가도, 3층, 4층까지는 올라가게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한번 바뀐 계급은 점점 더 큰 차이가 나고 사람을 바꿔놓기도 한다. 이런 전개로 약자로만 인식되던 1층이 점점 이기적으로 변하는 현실적인 과정을 그렸다면 더 보는 재미가 있었을 것 같다. 오히려 비슷한 계급에서 발생하는 차이와 갈등은 더 치열하다. 그들만의 싸움을 보며 재미를 얻는 8층을 보여줬다면 드라마가 일관되게 말하고 있는 ‘계급’이라는 주제의식도 가져가면서 더 현실적인 인간의 본성을 다루기에도 괜찮은 전개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스토리 : 흥미롭게 시작했지만 결국 똑같은 이야기
<더 에이트 쇼>는 살아남아야 하는 ‘데스 게임’이 아닌, 시간을 최대한 늘려 돈을 쌓아야 하는 ‘머니 게임’이다. 그 안에는 서로를 죽여서는 안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참가자들에게 각기 다른 방과 재화가 부여되고 있다는 설정이 드러나면서 <오징어 게임>과 완전한 차별점을 갖는다. 하지만 결국 서바이벌이 아닌 것 같았던 이 흥미로운 쇼도 결국 잔혹한 서바이벌로 변질되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더 에이트 쇼>는 제목과 걸맞게 말 그대로 ‘쇼’가 시작되면서 색다른 몰입도를 선사한다. 그 몰입도는 쇼에 참가한 인물들의 서사가 아니라, 게임의 독특한 룰에서 기반한다. 폐쇄된 공간에서 알 수 없는 게임의 룰을 알아가고, 생활의 룰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작품의 초반부를 끄는 핵심이 된다. 어려울 게 없어 보이던 룰 밖의 숨겨진 룰이 드러나면서 ‘장기자랑’과 같은 재미있는 그림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한정된 공간과 자원 안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의 축소판이 만들어지며 평화는 깨진다.
중반부부터는 상위층과 하위층이 나뉘어 본격적으로 ‘일방적인’ 쇼가 시작된다. 그 안에 하위층의 반란과 진압 등의 계급의 역전을 노리는 에피소드가 들어가긴 했으나 역시 뻔하다. 위에서도 말했던 캐릭터의 단편적인 모습들과 함께하며 그냥 배신할 것 같은 사람이 배신을 하고, 그 뒤 스토리도 예상대로 흐른다. 그리고 발견되는 게임 설정상 오류, 높아지는 폭력의 수위, 불쾌감을 주는 고문 장면들을 보여주며 스토리의 특별함은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