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평 : 뒷 내용이 더욱 기대되는 드라마

 

<수사반장>이라는 유명 작품의 이름을 내건 프리퀄 드라마지만 그 당시 작품을 직접 보지 않았던 세대로서 아이템에 대한 흥미로움은 떨어진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콕 짚어 1958년이라는 시대를 담고 있다는 궁금증, 이제훈이라는 배우가 가진 파워를 무시할 수 없었다. 

 

1회 : 황천에서 온 사나이 리뷰

첫인상은 경쾌한 활극이었다. 1회는 경기도 황천에서 소도둑을 잡던 형사 박영한이 서울로 올라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정한 경찰들이 판을 치는 사이에서 정의로운 형사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모습이 진지하고 칼 같이 떨어지기보다는 어딘지 엉성한 분위기로 진행된다. 극 초반부엔 이제훈의 연기가 <모범택시>의 김도기를 연상케 해서 콩트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보다 보니 박영한의 유쾌한 성격을 잘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얼굴들의 조연들도 좋았다. 박영한이라는 캐릭터를 설명하는데 1회의 대부분이 소요되는데, 서장이 와서 갑질을 해도 반기를 들고 전국구를 주름잡는 조폭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언뜻 보면 너무 교과서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잠시 떡밥처럼 풀린 박영한의 학도병 시절 모습이 주인공 캐릭터에 무게감이 더해주며 그의 매력을 올려주었다. 의상, 소품 등의 미술이 그 시대의 고증을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고, DI 역시 50년대 색감을 잘 구현했다. 그저 무난하게 흘러가는 1회라고 생각할 즈음, 엔딩에 김상순이 박영한의 머리를 치는 의외의 신선한 엔딩을 보여주며 2회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2회 : 종남경찰서 꼴통 1반 리뷰

2회는 박영한이 직접 수사 1반의 팀원들을 모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장, 괴짜, 장사, 브레인 4명의 개성 강한 동료들의 합이 좋다고 느낀다. 팀으로 합치게 된 과정이 매우 가볍고 쉽게 그려졌지만, 어쩐지 그 시대였으니까 납득할 수 있었다. 과학수사나 체계적인 방식이 없고 그들만의 예전 수사 방식으로 사건을 풀어는 것이 재미요소로 작용했다. 비리 경찰들에 대한 복수도 미군 물자 기부라는 신박한 방법을 사용했다. 시대극이라는 장르를 잘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2회를 시청하며 들었던 근본적인 질문을 박영한이 직접 수사1팀장에게 했다는 것이었다. 왜 자신에게 잘해주는지, 왜 이곳에서 혼자 버티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드라마의 흐름으로 보면 박영한에게 마냥 호의적이고 정의로운 팀장의 존재가 판타지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이런 세상에 나 같은 놈 하나 있어서 나쁠 거 없지 않냐?”라는 대답을 한다. 결국 드라마가 하고 있는 이야기는 비리가 판치는 시대에도 존재했던 수사 1반과 같은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다. 저 대답을 듣고 난 뒤로 그 근본적인 물음은 이제 하지 않기로 했다.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뻔하지만 좋은 대사였다고 생각한다. 

 

기대감 : 시대를 담고 있는 이야기

앞으로는 이렇게 모인 수사 1반 팀원들이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어나가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워밍업이었던 1, 2회는 내내 경쾌하고 코믹한 분위기로 흘러갔지만, 1958년이라는 시대적 상황에 맞는 역사적 사건들이 담길 가능성이 있어 후반부 드라마의 농도가 짙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거운 스토리가 진행되며 캐릭터들이 초반 회차와 대조되는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도 기대되는 지점이다. 다만 짧은 10부 내에서 형사들의 이야기, 시대적 사건, 로맨스적 요소를 모두 다 담을 수 있을지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눈을 사로잡는 사건이 있었던 1, 2회는 아니었지만 앞으로의 내용이 더욱 기대되는 드라마이다. 이들이 드라마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이 판타지스럽더라도 분명한 시대적 가치를 가지고 있기에 앞으로 계속 챙겨볼 것 같다. 

Review

<하이드> 1-4부 리뷰

2024. 8. 16. 15:55

 

1. 소재
자주 봐왔던 소재입니다. 완벽한 커리어를 가진 아내가 남편의 비밀과 진실을 알게 되는 이야기는 현재 방영중인 <원더풀 월드>, <멱살 한번 잡힙시다>에서도 동일하고, 그동안 방영했던 수많은 여성 주인공 드라마에서 보았던 소재입니다. 소재의 새로움이 없으니 <하이드>만의 특별한 지점을 찾아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네이버에 나와있는 어느 날 남편이 사라진 후, 그의 실종에 얽힌 비밀을 추적하며 감당하기 어려운 큰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여자의 이야기라는 로그라인은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죽었다고 생각했던 남편이 사실은 살아있었다는 점이나 문영이라는 주인공은 아버지와 남편이 둘 다 사라졌다는 점이 포함되도록 로그라인을 썼다면 더 흥미를 끌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2. 스토리라인
1회 남편 실종, 사망 > 2회 남편 사망 아님 > 3회 살아있는 남편 조우 > 4회 최종 빌런 등장의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1-2회는 특별히 재미있지도 재미없지도 않고 평범했습니다. 적당히 미스테리한 장면들을 보여주며 상상하도록 만듭니다. 하지만 그 비밀이 예측이 가능하며 딱히 놀랍지 않습니다. 남편이 사라졌다는 설정이 꼭 필요한 것이었는지 의문이 듭니다. 1회의 실종 이후 사망 엔딩까지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았고, 문영이 성재를 찾아다니는 이야기로 진행되었습니다. 차라리 사라졌다는 설정을 빼고 처음부터 성재가 죽은 뒤의 이야기로 시작했다면 더 극적으로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3-4회는 본격적으로 남편의 비밀을 알게 되고, 살아있는 남편을 만나는 문영의 모습이 나옵니다. 이야기가 진행되기 시작하며 1-2회에서 조금 느리게 느껴졌던 편집 속도도 적당하게 다가왔습니다. 순진해 보였던 지인 연주의 최종 빌런 설정도 예상 가능했지만 12부작 답게 생각보다 빠른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어서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스토리 전개가 궁금하거나 다음주에 꼭 챙겨 봐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아직까지 나온 스토리의 매력은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고 재벌, 로펌, 비리 등의 소재가 더는 새롭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느껴집니다.
 
3. 캐릭터
스토리보다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이 더 큽니다. 성재와 진우는 어떤 사람인지, 문영이 연주에게 협박을 받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를 해 나갈지가 궁금해집니다. 
1-2회에서 여리게만 보였던 문영이 3-4회부터는 망설이지 않고 강인하게 나아가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감정에 흐드러진 모습이 계속 나왔다면 시청자가 답답함을 느꼈을 텐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보영 배우의 똑 부러진 이미지와 문영의 캐릭터도 매우 잘 어울립니다. 4회까지 진행된 상황에서는 도진우라는 캐릭터가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캐릭터의 선과 악이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문영과 성재에게 조력이 되는 역할로 보입니다. 처음보는 신인배우가 진우 역할을 맡은 것도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비밀스러움에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4. 직업
문영의 직업인 검사 출신 변호사라는 점이 잘 이용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수 많은 흉악범들을 상대하면서 다져진 경험으로 폭력적인 마강에게도 쫄지 않는다는 점, 주변 지인들을 적절히 활용해서 일을 빠르게 처리한다는 점, 자신이 직접 법정에 나서 똑똑하게 유리한 고지에 오르는 점 등 캐릭터의 직업이 사건과 동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좋습니다.

Review

<닭강정> 리뷰

2024. 8. 16. 15:53

 

1.기획 
처음 보고 듣는 신선한 소재를 가지고 있습니다. 딸이 닭강정으로 변했다는 황당하고 엽기적인 설정은 듣는 이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1화를 일단 재생하게 만든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노랑, 보라, 주황 등 원색 위주로 구성된 명확한 색감의 시각적 요소들(세트, 소품, 의상)이 이런 독특한 소재와 잘 어우러져 드라마의 통통 튀는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었습니다.

 

2. 캐릭터
모든 캐릭터들이 확실한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좋았던 점은 잘 설정된 조연 캐릭터들입니다. 태만은 친형의 외모와 인생을 뺏고자 하는 확실한 목표가 있고, 50살 얼굴을 한 22 MZ세대라는 신박하고 파격적인 설정을 가졌습니다. 태만을 연기했던 정승길 배우가 진지함과 코미디를 넘나들며 캐릭터의 매력도를 높인 것 같습니다. 또한, 6화에서 비중 있게 등장하는 양반댁 닭강정의 사장 배달도 캐릭터의 분노와 슬픔에 공감이 가는 재미있는 서사를 가진 캐릭터 입니다. 하지만 배달의 서사 중 등장하는 <멜로가 체질> 홍보는 이병헌 감독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시청자가 보기에는 조금 의문스러운 부분이 아니었을까 하는 물음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불성실하지만 성실한 사원 김환동 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비중이 적어 아쉽다는 생각입니다. 외계인들이 기계가 있는 창고 주소를 알아내고 그곳으로 향할 때 사장이 죽으면 월급(퇴직금)을 못 받는다며 그곳에 같이 가거나, 뒤늦게 경찰에 신고하며 메인 사건에 조금이라도 관여하였으면 더 재미있는 그림이 나오고 추후 모든 기계사장 자리를 물려받을 때 정당성이 부여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3. 스토리라인
1-4부의 스토리 전개가 다소 단조롭습니다. 스토리를 진전시키는 큰 사건 없이 의문의 기계에 대해 알아보는 과정 속 일상이 보여지고 있습니다. 낮에는 선만과 백중이 각자 추적을 하다가 밤에 잠이 들고, 또 일어나서 추적을 해가는 것 만으로는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4화 동안 반복해서 여러 사람을 만나며 기계에 대해 알아보고 다니는 과정은 조금 덜어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유인원 박사와 함께 일했던 연구원은 김대리 한명으로 줄이고 추적의 과정을 더 속도감 있게 그려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이런 단조로운 전개에도 대중들에게 계속 보게 된다는 평을 받게 한 것은 1회당 30분의 짧은 플레이 타임, 그리고 극적이고 흥미로운 엔딩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홀로 움직이는 민아 닭강정, 홍차의 등장, “차은우!”를 외치는 백중 등 매화 다음에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기대감을 주는 좋은 엔딩들이 나와주었습니다.
5부 이후로는 기계를 둘러싼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사연들이 드러나며 스토리에 깊이가 더해져 더 집중이 잘되었습니다. 
 
4. 코미디
1-4부의 코미디가 과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초반부 캐릭터들의 대화 절반 이상이 웃기기 위한 유머코드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거기에 연극 같은 과장된 연기까지 더해지니 드라마가 아니라 마치 무한상사와 같은 꽁트를 보는 기분이 들어 캐릭터와 상황에게 몰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웃기려고 만든 장면에서도 이게 재미있는 건가?’, ‘웃어야 하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오직 대사(말 맛?)로만 웃기려고 하는 부분은 좀 덜어내고, 상황+대사가 혼합된 코미디들로 더 자연스러운 재미를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5부 이후는 진지함과 코미디가 잘 섞여 분위기가 적절한 톤을 찾은 것 같습니다. 특히 극도로 긴장감이 높아진 순간 외계인들이 미사일~!”하고 외치는 장면은 어이없는 웃음을 주어 인상깊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