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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1-2부 리뷰

2024. 8. 16. 16:07

 

총평 : 매력적이지 않은 아이템, 캐릭터 그리고 불편한 이야기

 

아이템 : 학원 강사들의 삶과 사랑은 궁금하지 않다

학원가 일타 강사들의 로맨스물이다. 자연스럽게 <일타 스캔들>이 떠오르는 익숙한 소재이다. 학원가 이야기를 좀 더 유쾌하고 가족적으로 풀어낸 <일타 스캔들>과는 다르게 <졸업>은 강사라는 직업과 그들의 삶을 더 무겁게 집중해서 보여준다. 완전히 다른 톤앤매너와 사제 간의 로맨스라는 나름의 차별점이 있지만 아이템 자체가 매력적인 소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드라마의 기획의도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지만 한 번도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던 사각의 주인들, 학원 강사들의 삶과 사랑을 조명하려 한다.”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학원 강사들의 삶과 사랑이 보고 싶은 이야기인가?’ 라고 생각했을 때는 그렇지 않다. 심지어 대치동 일타 강사와 (일타 강사가 될)대치 키드의 이야기이다. 과연 그들의 삶에 몰입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궁금한 직업군이 아니라면 그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건들이 새롭고 흥미로워야 한다. 하지만 학원 강사들의 사랑은 극적으로 다가오지도 않고, 강사의 삶 속에 빼놓을 수 없는 입시라는 주제도 이미 너무 일상적이며 익숙하다. 그들이 사랑 외에 끌고 갈 이런 서브플롯이 공감을 이끌어 낼 수는 있겠지만 얼마나 재미있을지는 미지수다. 

 

캐릭터 : 공감가지 않는 주인공들 

1) 대치동 스타 강사 서혜진

대치동 탑티어 강사다. 1~2화에서는 혜진의 치열한 강사의 삶을 보여주며 그녀가 얼마나 열정적이고 남다른 사람인지, 동시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알려준다. 그러나 혜진의 행동이 선을 넘어버려 공감은커녕 비호감으로 느껴진다. 학원 강사가 학교에 직접 찾아가 학부형이 아님을 밝히지도 않고 문제에 이의 제기를 한다는 에피소드 자체가 억지스럽다. 14년 동안 대치동에서 일을 해온 강사가 드라마 세계관에서도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고 표현되는 행동을 한다. 이게 과연 능력 있는 강사인지 의문이 든다. 극 중에선 그 선 넘는 행위의 결과가 결국 받아들여져 재시험을 이끌어 냈고, 심지어 이 일을 계기로 신규 원생을 더 끌어당길 계획까지 생각해 내며 그 능력을 입증한다. 하지만 스스로 선을 넘어 빨개진 어깨를 바라보는 혜진에서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안타까움? 존경?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학원 강사로서 그녀의 능력과 부담감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면 실패했다. 다른 방식으로 풀어나갔어야 했다. 억지스러운 에피소드는 혜진의 매력을 반감시켰다. 세상을 못 바꾸니 문제를 바꾼다며 학교에 찾아가는 학원 강사에게 누가 공감할 수 있을까. 

 

2) 기적의 1등급, 대치 키드 이준호 

야망 가득한 요즘 시대의 젊은이다. 하지만 역시 공감하기 어렵다. 준호는 자수성가에 대한 열망으로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학원 강사의 길로 들어선다. 시대를 잘 만나 운이 좋게 강남에 입성한 기성세대와는 다르게 이제는 평범한 직장인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신념을 가졌다. 이 신념은 많은 젊은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명확한 점은 그가 ‘대치 키드’라는 점이다. 강사에 합격하기도 전에 대기업을 그만두고, 엄청난 자신감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는 것. 보는 이들에게 ‘저것도 집이 다 잘 사니까 그런거지’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잘’태어나서 대학과 직장을 ‘잘’가놓고 아주 평범한 젊은이들이 가질 법한 고민을 하는 그에게 몰입하기 어렵다. 그의 기본 설정이 너무 완벽하다는 점이 문제다. 차라리 평범한 집안이었다거나,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서 더 이상 대치동에 살지 않았다거나, 좋은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업이 잘 안되는 상황이었다면 어떨까. 그럼 그의 욕망에 더욱 공감하고 응원할 수 있었을 것 같다. 한 번도 어려움이라곤 겪어본 적 없는 ‘대치 키드’라는 설정이 진짜 대치 키드들 외에 누구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지 고민을 해봐야 한다. 

 

1~2화에서 캐릭터를 보여주는 데는 성공했지만, 공감시키기는 실패했다. 쉽게 말해 두 주인공들에게 ‘정’이 가지 않는다. 로맨스 장르는 두 남녀에게 몰입해서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정이 가지 않는 스승과 제자가 이제 학원에서 사랑을 해나간다. 과연 그들의 로맨스에서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스토리 : 불편한 에피소드, 공교육과 사교육

1~2화는 혜진과 준호의 로맨스보다 일타 강사의 삶을 보여주는 것에 더 집중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강사의 삶을 보여주고자 하는 에피소드가 불편함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앞서 혜진의 캐릭터를 이야기할 때 언급했던 ‘학교에 찾아가는 학원 선생’의 에피소드를 통해 의도한 것은 3가지로 보인다. 첫 번째는 혜진의 부담과 책임, 두 번째는 혜진의 능력, 세 번째는 공교육과 사교육의 대립이다. 

사실 첫 번째와 두 번째만 보여주려는 의도였다면 다른 방식으로 풀어나갔을 것이라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혜진의 매력을 떨어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꽤나 노골적인 대사들로 미루어 보아 공교육과 사교육의 대립에 대한 이야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드라마가 해당 주제를 얼마나 깊게 다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인 혜진이 사교육 강사라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 심지어 공교육은 “낡았다”라는 노골적인 대사가 나왔다. 반대로 학교 선생님의 입에서는 “기생충”이라는 단어가 나오고 결국 혜진의 몸에 손을 대는 행동까지 보여준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이 첨예한 갈등의 주제를 가져가면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 걸까. 만약 이 드라마가 사교육의 문제점을 어필하기 위해 공교육을 ‘낡았다’라고 표현하는 것이라면 적어도 사교육의 문제점도 나올 것이라는 암시가 있어야 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사교육 문제에 대한 드라마의 통찰력이 배제된 로맨스였다면 <일타 스캔들>처럼 애초에 공교육 문제는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드라마를 통해 혜진과 첫 갈등을 맺은 인물이 공교육 교사라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교권에 관한 문제는 현실에서도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에피소드가 불편함을 가지고 왔어도 그 행위의 결과가 현실적인 방향이었다면 더 매끄러웠을 것이다. 일을 키우려면 아예 키웠어야 한다. 혜진의 선을 넘은 행동이 화제가 되어 뉴스에 나오고, 학부모와 학교에서 난리가 나고, 교사 노조에서 항의를 하는 그런 현실적인 흐름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그 안에서 혜진이 교육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고 풀어가며 그녀의 능력도 보여줬다면 의도도 전하고, 캐릭터도 지금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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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바보> 리뷰

2024. 8. 16. 16:02

 

총평 : 혼란스러운 전개와 길을 잃은 방향 속 바보가 되는 시청자들

 

아이템 : 주목할 만한 소재, 그러나 

<종말의 바보>는 ‘소행성 충돌로 인한 한반도 종말 200일 전’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앞두고 있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이지만 그 사건에 집중하기보단 종말을 앞두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그려내고자 하는 드라마이다. 눈을 화려하게 하는 VFX나 액션은 없지만 무겁고 따뜻하게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있으며, 해당 소재는 차가운 세계관에 따뜻한 주제를 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고 주목해 볼 만한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결국 <종말의 바보>는 그 흥미로운 소재와 독특한 장르적 톤앤매너를 잘 유지하지 못한 채 방향을 잃은 아쉬운 드라마로 남게 되었다. 

 

캐릭터 

1) 백신부의 구멍 난 서사

드라마의 1부부터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백신부의 서사에 대한 디테일과 설명들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백신부가 주인공 4인방과 마을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인지, 백신부는 왜 배신을 하게 되었는지, 왜 저 마을 사람들은 다 성당을 다니는지, 북한인들은 왜 저렇게 많은지 등 넘겨짚을 수 밖에 없는 관계들이 난무했다. 주요 인물이었던 만큼 이러한 부분들은 절대 편집하지 않고 보여주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캐릭터 서사의 디테일과 설명들이 떨어지니 감정에 공감이 가지 않았고, 그들의 선택이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어떤 인과관계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개연성에 구멍이 난 채 드라마를 시청할 수밖에 없었다. 

 

2) 매력적인 캐릭터의 아쉬운 소비

분위기를 환기 시키는 캐릭터 없이 계속 무겁게 흘러갔다는 것도 지루하게 느껴졌던 부분이었다. 종말을 앞두고 일상을 살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유머러스한 캐릭터를 1~2명 정도 배치해서 소소한 재미를 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보았던 캐릭터는 진서의 아빠였다. 똑똑한 투자전문가였던 사람이 논리에 근거하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가 되었다는 독특한 설정이었다. 조금 더 비중을 두어 코믹함을 맡기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수련원을 함께 공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거운 분위기 속 유일하게 재미있게 느꼈던 장면도 닭장 같은 진서네 집에서 수많은 신도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진서 아빠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장면이었다. “끝도 없이 나오네. 다들 어떻게 잤을까?”하는 인아 엄마의 대사도 그들의 설정에 대한 코믹함을 더해주었다. 드라마 내에서 애정 있게 바라봤던 만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비추어졌던 진서 아빠와 신도들이 결정적인 한 방을 해주었으면 통쾌할 것 같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그런 점 없이 그냥 혼란 속 사이비 교주와 신도들의 캐릭터로 소비되었다는 점이 아깝다. 

 

스토리 

1)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탈출 서사

12부작이라는 꽤 긴 호흡을 가지고 있는 드라마지만 하나로 끌고 가는 큰 사건은 없었다. 주인공 4인방, 마을 사람들, 군인들, 아역들 등 수많은 주인공들이 겪고 있는 각자의 문제들이 끝도 없이 늘어지기만 해서 어느 한 것에도 몰입하기가 어려웠다. 주임신부의 행방, 윤상의 연구, 사기꾼들, 수상한 수련원, 청소년 성매매, 살인 범죄, 정부와 합수대의 음모 등 너무 많은 사건들이 매회마다 툭툭 던져진다. 결론적으로 모든 서사들이 ‘한반도 탈출의 기회’라는 목표를 두고 한데 모이긴 했으나, 그 유기성이 어색하고 뻔하게 느껴져서 어떤 놀라움도 느낄 수도 없었다. 심지어 마지막 기회를 앞두고 탈출하려는 사람들과 막으려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 대치하는 비상 활주로 씬에서도 어떤 큰 마찰이 일어날 것처럼 보여졌지만 그렇지 않았다. 기대감과 긴장감이 극에 달해있는 상황에서도 주인공 4인방은 모두 백신부 한명을 붙잡고 있었고, 어떤 극적인 요소도 없이 마지막 기회는 사라졌다. 마지막 탈출의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이 다 함께 힘을 모아 무력으로 비행기의 착륙을 막는 조금 더 상징적인 방법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선사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후 드론과 충돌한 비행기는 그냥 사라지고, 그저 권력층을 태운 미군용 수송기가 상공에서 추락했다는 갑작스러운 뉴스 단신과 함께 10부 내내 끌어오던 혼란스러운 한반도 탈출 서사가 허무하게 끝이 난다. 이 안에서 어떤 대리만족도, 긴장감도, 흥미로움도, 감동도 느낄 수 없었다. 

 

2) 갑작스러운 감정적 전개

11부부터는 종말의 디데이가 빠르게 다가오고, 그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못다 한 말을 하기도하고, 원하는 삶을 찾아 떠나기도 하고, 남은 세상에 자신들의 흔적을 남기려는 어떤 따뜻한 내용들이 전개된다. 존재하지 않는 환상 속의 아름다운 장면을 통한 판타지적인 연출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10부 내내 디스토피아적 세계관 속 혼란스러웠던 상황을 만들어내고 겪은 주인공들과 마을 사람들이 이제 와서 종말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살아간다는 것이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게 느껴진다. 사랑, 가족, 우정 등의 주제를 단 2부 만에 담기에는 너무 어색한 흐름이었다. 결국 드라마의 주제를 담고 있는 2부였지만 일관성이 없는 전개는 어떤 말도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 정말로 디스토피아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할 생각이었다면, 인물들의 감정에 우리가 공감할 수 있도록 소소한 캐릭터별 에피소들이 많이 추가돼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3) 실망스러운 떡밥의 회수

느린 전개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를 계속 보게 만들었던 것은 혹시 모를 반전 때문이었다. 드라마 초반부부터 윤상의 연구에 대한 비밀스러운 묘사가 계속 나온다.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자세하게 설명되지는 않지만 연구실에서 숨어있다가 괴한들에게 발견되서 고문을 당하기도 하고, 반짝이는 기계가 몸에 심겨 있고, 어렵게 빠져나온 윤상을 모두 귀빈 대접 한다. 그의 연구나 정체가 종말에 대한 어떤 비밀이나 진실 같은 것에 가까운 것일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하지만 윤상은 그저 배아와 관련된 연구를 하는 연구원이었다. 새로운 세상으로 이주를 했을 때 도움이 되는 연구를 했던 사람이었다는 불친절한 설명만이 남아있다. 초반부 뿌려졌던 의미심장한 떡밥들에 비하면 초라한 사실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소행성 충돌이 사실은 거짓이고 음모라는 거창한 비밀은 아니어도, 보여줬던 장면의 무게감에 맞는 내용들이 보여졌다면 실망감이 이렇게 크지는 않았을 것 같다. 또한, 윤상의 연구와 소행성, 그리고 새로운 세상으로의 이주에 대한 관계성을 더 자세하게 보여줬다면 윤상이 이를 포기하고 세경 옆에 남는다는 것이 더욱 극적이고 감동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 

 

총평 : 차분한데 지루할 틈 없이 재미있다. 

 

아이템  : 신선한 초능력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흥미로운 소재를 가진 판타지 드라마이다. 현대인의 질병으로 초능력을 잃어버린 가족이라는 신선한 설정과 그들에게 다가온 사기꾼 가족들. 여기에 운명적으로 얽힌 로맨스와 마음 따뜻해지는 가족애까지 그려낸다. 어디서도 보지 못한 이야기임은 분명하다. 초능력 가족이 각자 가지고 있던 능력과 현대인의 질병 간 연관성도 흥미롭고 이후 초능력이 어떤 방식으로 쓰이게 될지도 궁금해진다. 

 

캐릭터 : 복귀주, 흥미로운 설정과 매력적인 서사

우울증에 걸려 행복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시간 초능력자 귀주. 7년째 우울증과 알콜 중독을 겪고 있지만 어울리지도 않는 바디짐의 관장을 맡고 있다는 설정이다. 흥미롭고 재미난 캐릭터 설정을 뒷 받침 해주는 짠한 전사도 그의 매력을 더해주고, 동시에 빈틈없는 개연성을 부여한다(왜 우울증에 걸렸는지, 왜 더는 시간여행을 할 수 없는지). 특히, 딸 이나를 가진 아빠라는 설정이 다해와의 로맨스 스토리와 잘 부합된다. 귀주가 7년 만에 돌아간 행복한 과거는 딸에게 줄 생일 선물을 가지고 집에 가는 길이었고, 그 과정에서 다해와 운명적 관계를 깨닫게 된다. 두 사람의 시작이 애정 어린 부성애라는 점은 만난 지도 얼마 안 된 여자 다해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는 어려운 설득을 성공시킨다. 귀주는 목표가 강하고 주체성이 있는 캐릭터는 아니다. 하지만 그가 앞으로 변화하는 과정 속에 로맨스와 가족이라는 주제가 잘 녹아들어 큰 울림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스토리 

1) 뻔하지만 뻔하지 않음

매회 탄탄한 구성 안에서 여러 가지 트릭을 장치해서 재미를 준다. 인물 소개를 하는 1회에서도 뻔하지 않은 흐름을 보여준다. 귀주가 바다로 뛰어들어 자살하는 것처럼 보여졌던 장면은 사실 어린 아이의 인형을 구하기 위함이었고, 누가 봐도 사기꾼이 분명했던 다해는 아예 작정한 가족 사기단이었다. 심지어 엔딩에서는 귀주의 아내 세연이 사실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강렬한 장면까지 나왔다. 귀주와 다해의 운명적 관계성을 보여주는 2회에서도 화장실에 숨은 이나의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비틀었고, 과거에 절대 개입할 수 없는 귀주가 다해의 손을 잡게 된다. 귀주와 다해의 로맨스라는 큰 줄기를 두고 중간 중간 트릭을 섞어 시청자에게 반전의 재미를 주고, 이야기를 예측하기 어렵고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2) 시원하고 빠른 전개

차분하지만 시원하게 앞으로 달려 나간다. 2회 만에 주인공들의 주요 서사가 다 드러났다. 그들의 과거와 트라우마도 다 보여졌고, 둘의 운명적 관계성도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풀렸다. 중요한 서사와 관계성을 빠르게 공개해서 캐릭터들의 행동과 상황, 목적에 개연성을 부여하고 몰입할 수 있게 한다. 훅이 되는 엔딩이 다음 회를 보게 하는 힘도 좋다. 다만, 아직까지 두 인물의 사랑을 방해하게 될 요인에 대해서는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귀주와 다해가 결혼을 하고, 점차 사랑에 빠지게 되며 초능력을 되찾을 것이라는 전개는 뻔하다. 여기서 어떤 요인(인물)이 큰 사건을 몰고 와 흥미진진한 전개가 펼쳐지게 될지 궁금해진다. 개인적으로는 다해의 엄마 역할을 하고 있는 찜질방 주인이 그들을 방해하는 역할을 할 것 같다는 예상을 해본다. 

 

3)변화가 기대되는 가족 관계 

귀주와 다해 두 주인공이 풀어나갈 구원 서사도 흥미롭지만, 이외 인물들의 관계성도 기대를 모은다. 다해네 사기꾼 가족이 본의 아니게 복가네를 도와주게 된다는 설정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다해는 이나에게 필요한 어른이 되어주고, 다해의 삼촌은 귀주의 기를 살려주고, 그레이스는 미친 듯이 달리던 동희를 저도 모르게 안쓰럽게 바라보기 시작한다. 의도치 않은 인간애가 따뜻한 휴먼드라마라는 사실을 인지 시켜준다. 두 가족이 본격적으로 엮이기 시작하며 어떤 내외적인 변화가 있을지 궁금해진다. 오히려 나중에는 복가네 구성원 전부가 다해를 놓아주지 않는 재미있는 그림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예측도 해본다. 

 

기타의견 :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음악과 미술

판타지 드라마의 신비하고 묘한 장르적 분위기를 잡아주는 음악에 눈이 간다. 집안 조명이 켜지는 박자에 맞춰서 들어오는 비밀스러운 경음악을 시작으로, 드라마의 흐름과 딱 어울리는 일렉트로, 재즈, 클래식 사운드들이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또한 흔하지 않은 느낌의 부잣집 내부 세트와 현실적인 교통사고 차량 등의 미술이 드라마의 무게를 잡아준다. 다만, 이런 독특한 음악을 연출이 잘 받쳐주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색이 강한 음악과 다소 평이한 연출의 합이 애매하다. 조금 더 실험적인 연출 시도를 해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