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더 에이트 쇼> 리뷰

2024. 8. 16. 16:12

 

총평 : 새로운 듯했으나, 결국 새롭지 않았다.

 

아이템 : 어디서 봤는데... 

언뜻 보았을 때는 <오징어 게임>과 비슷하다. 외부로부터 차단된 공간에 사람들을 몰아넣어 쾌락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기시감이 든다. 드라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채 갖게 되는 첫인상은 ‘소재에 대한 특별함이 없다’는 것이었다. 너무나 성공한 <오징어 게임>이라는 드라마와 비교를 피할 수 없고, 이미 정점을 봐버린 시청자들에게서 궁금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은 소재의 한계점이다. 그러나 기시감 강한 초반부를 벗어나 게임이 시작되면 그제야 <더 에이트 쇼>만의 차별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캐릭터 : 단편적인 캐릭터들

<더 에이트 쇼>는 전형적인 캐릭터의 모습을 담고 있다. 드라마 특성상 각기 다른 인간을 대표하는 모습들이 필요하다. <더 에이트 쇼>에서는 몸이 불편한 약자(1층), 정의로운 사람(2층), 평범한 사람(3층), 기회주의자(4층), 평화주의자(5층), 힘이 센 악당(6층), 브레인(7층), 또라이(8층)의 8가지 모습으로 인간을 보여준다. 극한의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타 작품에서도 많이 본 듯한 전형적인 인간 군상이다. 뻔하지만 배우들의 좋은 연기를 만나 8명의 캐릭터들은 극의 초반부까지 재미를 이끈다. 

 

하지만 캐릭터들의 변화가 전무하다는 점이 후반부의 재미를 떨어트린다. 캐릭터들을 한 명의 ‘인간’이 아닌 ‘계급’으로 보고 있고, 그래서 변화를 줄 수 없다는 점에서 그 의도가 이해는 간다. 하지만 주제의식만 온전히 가지고 같은 줄기로만 나아가는 캐릭터들은 재미적인 측면에서 그다지 흥미롭지 않다. 어떻게 행동을 할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측이 쉬워지고 뻔해진다. 꼭 필요한 반전이나 변화는 아니지만 극한의 상황에서 더 몰입할 수 있는 지점이 될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주제의식을 가져가면서 비슷한 계급 내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변화를 다뤘다면 어땠을까. 예를 들어 3층이라는 평범한 인물이 ‘내가 그래도 1층, 2층보다는 낫지’ 하는 현실적인 우월감을 가지면서 4층과 한배를 탄다거나 하는 전개. 또는 한 번의 도박(로또)이 주는 비슷한 계급 내 변화. 도박이 주는 ‘일확천금’은 현실에서도 1층을 8층까지는 못 가도, 3층, 4층까지는 올라가게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한번 바뀐 계급은 점점 더 큰 차이가 나고 사람을 바꿔놓기도 한다. 이런 전개로 약자로만 인식되던 1층이 점점 이기적으로 변하는 현실적인 과정을 그렸다면 더 보는 재미가 있었을 것 같다. 오히려 비슷한 계급에서 발생하는 차이와 갈등은 더 치열하다. 그들만의 싸움을 보며 재미를 얻는 8층을 보여줬다면 드라마가 일관되게 말하고 있는 ‘계급’이라는 주제의식도 가져가면서 더 현실적인 인간의 본성을 다루기에도 괜찮은 전개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스토리 : 흥미롭게 시작했지만 결국 똑같은 이야기 

<더 에이트 쇼>는 살아남아야 하는 ‘데스 게임’이 아닌, 시간을 최대한 늘려 돈을 쌓아야 하는 ‘머니 게임’이다. 그 안에는 서로를 죽여서는 안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참가자들에게 각기 다른 방과 재화가 부여되고 있다는 설정이 드러나면서 <오징어 게임>과 완전한 차별점을 갖는다. 하지만 결국 서바이벌이 아닌 것 같았던 이 흥미로운 쇼도 결국 잔혹한 서바이벌로 변질되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더 에이트 쇼>는 제목과 걸맞게 말 그대로 ‘쇼’가 시작되면서 색다른 몰입도를 선사한다. 그 몰입도는 쇼에 참가한 인물들의 서사가 아니라, 게임의 독특한 룰에서 기반한다. 폐쇄된 공간에서 알 수 없는 게임의 룰을 알아가고, 생활의 룰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작품의 초반부를 끄는 핵심이 된다. 어려울 게 없어 보이던 룰 밖의 숨겨진 룰이 드러나면서 ‘장기자랑’과 같은 재미있는 그림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한정된 공간과 자원 안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의 축소판이 만들어지며 평화는 깨진다. 

 

중반부부터는 상위층과 하위층이 나뉘어 본격적으로 ‘일방적인’ 쇼가 시작된다. 그 안에 하위층의 반란과 진압 등의 계급의 역전을 노리는 에피소드가 들어가긴 했으나 역시 뻔하다. 위에서도 말했던 캐릭터의 단편적인 모습들과 함께하며 그냥 배신할 것 같은 사람이 배신을 하고, 그 뒤 스토리도 예상대로 흐른다. 그리고 발견되는 게임 설정상 오류, 높아지는 폭력의 수위, 불쾌감을 주는 고문 장면들을 보여주며 스토리의 특별함은 사라진다. 

 

총평 : 그저 재미있는 코믹극으로 남을 것인가. 그 이상을 보여줄 것인가. 

 

아이템익숙함에 차별성 한 스푼

통제 불능 혓바닥이라는 익숙한 소재. 사고로 인해 거짓말을 할 수가 없고, 하고 싶은 말을 참을 수 없어 마구 내뱉는다는 내용은 영화 <라이어 라이어>, <정직한 후보>로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다. 신선한 발상이나 매력적인 아이템은 아니다. 차별점은 오피스 그리고 멜로가 들어갔다는 점이다. 이 소재를 이용해서 얼마나 오피스 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에게 공감과 재미를 선사하고 솔직하고 설레는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 차별점을 두고 바라보게 될 것 같다.

 

캐릭터 

1) 주인공 기백의 매력은 아직...!

드라마의 재미요소 중 한 가지는 ‘인내의 아이콘’이라고 불리던 기백이 이제는 말을 내뱉음으로써 ‘통쾌함’을 준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통쾌함이 약간은 당황스럽게 느껴진다. 드라마에서는 기백이 사고를 당하기 전 그의 내면을 잘 비춰주지 않는다. 2회의 목욕탕에서 꾸는 꿈을 통해 사회적 지위에서 느끼는 부담감과 부채감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그것이 하고 싶은 말을 꾹 참고 인내하며 살아왔다는 것과는 잘 연결되지 않는다. 기백은 그저 사회생활을 아주 잘 하는 직장인이자 가끔 친구와 술 한잔하며 고충을 털어놓는 평범한 인물처럼 비춰진다. 그런 그가 사고를 당한 뒤 완전히 바뀐 모습은 ‘저 정도로 참고 살아왔단 말야?’하는 당혹스러움이 동반된다. 통쾌함을 완전히 느끼기에 기백의 기존 서사가 부족했다는 느낌이다. 그 차이가 더 도드라지려면 그가 얼마나 시끄러운 속을 잘 참고 살아왔던 건지,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왔는지를 보여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현재까지 진행된 1~2회에서는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변화를 맞이한 기백이 자신의 상태에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그려진다. 그저 수동적으로 사건이 만들어지고 있어 캐릭터에 대한 매력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드라마가 진행되며 자신에 대한 이해도가 더해지고 주체적으로 사건을 만들어 나간다면 더 매력적인 캐릭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점은 앞으로 예능에 진출할 기백에게서 많은 기대가 되는데, 그가 솔직한 입담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캐릭터가 되어 얼마나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할지 궁금해진다. 

 

2) 디테일한 캐릭터 표현

주인공들은 방송국 아나운서, 예능 메인작가, 트롯 가수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 직업군 자체에 대한 새로움은 없지만 그들의 업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디테일해서 캐릭터에 생동감을 더해준다. 예능으로 한번 넘어가면 뉴스로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는 아나운서, 벌칙을 직접 수행해 보면서 회의하는 예능작가, 빠진 광고를 채워 넣기 위해 노력하는 연예인 등. 그저 극의 전개를 위한 직업적 장치가 아니라, 그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보여지며 그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감정에 공감할 수 있게 만든다. 또한, “작가인지 잡가인지”, “김 팀장 개소리 뻗는 거 들으러 가야지” 등 현실성 넘치는 대사들이 더해져 보는 동안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진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2회의 초반 회차에서는 직업과 관련된 외적인 고충이 많이 드러났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캐릭터의 내면적인 고민과 아픔이 그들의 이런 직업적 상황과 잘 녹아들며 더 몰입감 있게 흘러가기를 기대한다. 

 

스토리  

1) 트렌디한 에피소드와 연출

스토리의 전개는 뻔하고 유치하다. 언제나 참고 살던 기백이 터져버린 입으로 인해 위기에 봉착하고, 그 위기를 우주와 함께 극복해 나간다는 내용이다. 커다란 사건이나 기백과 우주를 방해할 부분이 눈에 띄게 보이진 않는다. 그런데 거짓말을 못 한다는 뻔한 전개 속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갖가지 에피소드들이 트렌디하고 유쾌하게 그려져 남다른 재미를 선보인다. 특히, 2회의 기백이 시상식 사회를 맡게 된 에피소드는 그가 처한 상황에서 가장 큰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의 집합체였다고 생각한다. 또한 긴장감과 통쾌함이 공존했던 시상식 에피소드에서부터 연결되어 냉탕의 상어까지. 기백의 꿈을 보여주는 연출은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2) 클리셰 비틀기

뻔한 클리셰들을 크게 비틀어버렸던 두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다. 첫 번째는 ‘엘리베이터에 갇힌 두 남녀’라는 익숙한 상황 속 기백이 방귀를 뀌고, 우주가 “(똥을)쌌는데?!”라는 대사를 내뱉자 “방구가 아니고 방귀”라고 언어를 교정해주는 기백의 모습이다. 두 번째는 술에 취한 우주를 두고 고민하다 경찰차를 태워 보낸 뒤 “같이 밤샐 사이는 아니잖아”하며 혼잣말을 하는 기백의 모습이다. 드라마 속 익숙하게 보아왔던 클리셰적인 상황들을 독특하고 매력적으로 비틀며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3) 발칙한 밈들의 사용

스토리 전반에 깔려있는 풍자의 수준이 아주 저돌적이다. 그동안 봐왔던 로맨틱 코미디 장르중에서도 가장 ‘코미디’스러운 톤을 가지고 있다. 과장을 살짝 보태면 잘 다듬어진 SNL을 보는 재미가 느껴지기도 한다. 뉴스룸에 난입해서 폭로하는 남자, 여자친구에게 꽉 붙잡혀 사는 배우, 앞뒤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갑질 아이돌, 마약으로 망하고 마약으로 흥했다는 일침, 시상식에서 귀싸대기를 때리는 배우 등 현실에서 있었던 특정 사건을 작정하고 풍자하고 있다. 이런 현실 풍자와 개그의 크로스가 유쾌하고 위트있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과하게 사용되면 아예 시트콤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든다. 그저 그런 웃기는 코믹극이 되지 않으려면 이런 밈을 활용한 에피소드를 좀 줄이고, 작품 안에 있는 그들만의 이야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총평 : 생각보다 재미있다. 

 

아이템 : 대중적인 소재는 아니다.

1960년대, 혼돈의 대한민국에서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두 남자의 이야기이다. 현재의 시점에서 수요가 있는 소재는 아니다. 히어로적인 인물을 대변해 판타지를 실현해 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정적인 톤을 가진 역사극이다. 무거운 전개를 좋아하는 특정 타깃에게는 반가운 드라마일 수 있겠으나 대중적으로 다가가기는 어렵다. 

 

캐릭터 : 주인공은 김산인가. 

<삼식이 삼촌>이 5화까지 말하고 있는 것은 ‘김산’이다. 드라마는 김산이 삼식이 삼촌과 손을 잡고 대한민국의 경제를 바꿔보고자 하는 결심의 과정을 5화 동안 차근차근 보여준다. 1화에서 두 남자가 만나고, 2화에서 김산을 꼬시기 시작하고, 3화에서는 주변 인물들을 포섭하고, 4화에서는 이해관계의 시작, 5화에서는 본격적으로 목적을 같이한다. 요즘의 방식과는 다르게 꽤 느린 전개를 통해 ‘김산’이라는 인물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과정이 지루하지는 않다. 그저 김산의 표면적인 고민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진 사회적 갈등, 외면적 갈등, 내면적 갈등을 유기적인 사건들을 통해 잘 보여주며 왜 삼식이 삼촌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는지 굉장히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김산에 대한 빌드업이 탄탄하게 되어있어서 캐릭터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그에 반해 아직 삼식이 삼촌은 꽤 비밀스럽다. 그의 전략가적 능력도, 진심도 잘 드러나지 않았다. 김산의 진술을 통해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여준다. 제목은 <삼식이 삼촌>이지만 실질적 주인공은 김산처럼 보인다. 앞으로 전개될 본격적인 스토리에서 삼식이 삼촌의 포지션이 어떨지 궁금해지는데, 그저 김산의 조력자일지 아님 진짜 의도가 숨겨져 있는 인물일지 등을 지켜보게 될 것 같다. 

 

스토리 : 잘 정돈된 스토리 

첫인상은 별로였다. 1화에서 너무 많은 군, 정치, 깡패 조직의 인물들이 나오는데 설명이 꽤 불친절해서 어떤 대립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핵심이 모호하다. 또한 대사를 통해 정보가 없는 여러 인물과 사건들이 끊임없이 언급돼서 그 맥락을 놓치지 않고 집중력 있게 바라보지 않는 이상 몰입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1화 후반부, 삼식이 삼촌과 김산의 만남 이후 스토리가 정돈되기 시작한다. 삼식이 삼촌이 김산과 뜻을 함께 하겠다는 하나의 목표가 설정되고, 그 큰 줄기를 따라서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회차마다 굉장히 많은 이야기들이 등장하는데 직관적인 소제목을 따라가는 일관된 내용도 이해를 쉽게 만든다. 

 

다만 아쉬운 점은 현재와 과거를 드나드는 구성이다. 왜 굳이 지하벙커에 잡혀 들어간 김산이 삼식이 삼촌에 대해 진술하는 방식을 선택했는지 잘 모르겠다. 스토리에 대한 기대감도 떨어트리고, 장두식이 배신을 했다는 사실도 그렇게 놀라운 포인트도 아니었다. 시간 순서 대로 전개를 했어도 충분히 긴장감 있고 흥미로운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